강현수/시인,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차량에 탑승한 운전자가 장애요인으로 인해 인접 차량이나 차로 혹은 장애물을 식별할 수 없는 영역의 각도를 ‘사각지대’라고 한다. 보통 사각지대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의미하는데 영어로는‘dead zone’, ‘shadow zone’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사각지대는 죽음과 연관이 있는 단어인 것 같다.    

2014년 2월,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가진 돈 전부인 70만원과 한 장의 유서를 남기고 죽음을 택한 사건이었다. 유서에는“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적혀 있어서 보도를 접한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의 삶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고, 긴급복지지원법도 마련해서 시행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복지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있다. 그 후에도 70대 노인이 통장 잔액 27만원을 남긴 채 홀로 사망한 사건, 발달장애인의 부모 존속 살해사건이 10건도 넘게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맞춤형 복지전달 체계를 개편해 2018년까지 전 읍면동에 맞춤형복지팀을 설치한다는 목표로「읍면동 복지허브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복지인력 외에 별도로 읍면동 복지 전담인력을 충원해서 찾아오는 민원뿐만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발굴·상담 및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의 자원을 발굴해 연계함으로써 제도권 밖의 위기가정을 지역사회에서 따뜻하게 보듬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내 고향 서귀포에서도 지난해 3개 읍면동에 맞춤형복지팀을 이미 설치했다. 올해는 7개소 설치를 목표로 읍면동 복지허브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맞춤형복지팀은 5,500여건의 방문상담과 700여건의 민간서비스지원 등을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 127가구를 발굴해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제도권 밖의 위기가정을 발굴해 700여건의 민간서비스를 연계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각지대에서 홀로 힘겨워하던 그들이 안전지대로 옮겨짐으로써 희망을 노래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읽은 정석 교수의 「도시의 발견」이라는 책에 보면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접한 사회학자들의 다른 해석이 나오는데 그대로 인용해 보면 “세 모녀는 이전에 달동네에서 살았을지 모른다. 달동네에서 계속 살았다면 아마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달동네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고, 어려운 사정에 처하면 알아채고 도와주기 때문이다. 달동네가 재개발되면서 도시의 빈민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주택가 반지하방에서 고립되어 살아가다 보니까 이런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달동네 재개발은 빈민들의 공동체를 와해시킨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라고... 공감한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개편하고, 복지인력을 확충해도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달동네 사람들처럼 가난하지만 서로를 잘 알고, 어려운 사정에도 내 일처럼 서로 도와주고, 관심을 갖는 이웃이 없다면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어쩌면 점점 더 넓어지고, 고독한 자살도 더 늘어날지 모른다. 사각지대를 안전지대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이웃과의 소통이다. 옆집에 살고 있는 내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삶의 끈을 놓았다는 뉴스를 접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찰스 몽고메리는 이웃끼리 서로 알고 지내고, 소통하고,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행복한 도시라고 말했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행복한 도시에 살고 싶어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행복하려면 나부터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인데 각자 점검이 필요한 것 같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안전지대를 높이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실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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