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불모지를 흔들어 깨운 서귀포유도 김성현 관장

서귀포유도 감성현 관장. 김 관장은 지난 2014년부터 서귀포에서 유도지도를 시작했다. 김 관장의 지도 아래 많은 선수들이 전국대회에서 입상했다.

불모지 서귀포에 유도의 씨를 키우는 지도자가 있다. 방과후 교실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채 3년도 되지 않았는데, 전국대회에서 거둔 성과가 풍성하다. 17일 저녁, 화제의 주인공 서귀포유도 김성현(44) 관장을 만났다.

김성현 관장은 전남 순천이 고향이다. 87년 순천 삼산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유도를 시작했다. 순천 효천고등학교를 거쳐 인천체육전문대학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고2때 무릎관절 부상을 당한 게 화근이 돼 선수로서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98년에 순천 신흥초등학교 유도부가 창단되자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지도한 김성연 선수는 국가대표선수가 되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그런데 스포츠 코치는 종목을 불문하고 박봉을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코치로 10년 넘게 활동했는데, 결혼하고 자녀가 태어나면서 생활고가 이어졌다. 그 고단한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 유도 지도자 생활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 제주도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유도밖에 한 게 없어서 사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일을 해도 수금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다가 당하는 경우도 많았고.”

사업을 하면서도 유도에 대한 미련을 다 털어내지는 못했다. 길을 지나면서도 어디에 도장이 있는지, 어느 학교에 유도부가 있는지 관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유도계로 돌아가기로 결심이 섰다.

2014년 6월에 보목초등학교 스포츠강사로 어린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후 방과후 유도반을 개설해서 본격적으로 유도를 가르쳤다. 2014년 12월에 치러진 소년체전 선발전에서 김건우 선수(65kg이하 급)와, 이태훈 선수(53kg이하 급)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보목초는 단체전 1위를 차지했다. 방과후반 개설 6개월도 안되어 거둔 쾌거였다. 서귀포 유도가 오랜 침묵을 깨는 순간이었다.

김 관장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장면이다.
유도관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이다. 김 과장은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하는 게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라 말한다.

2015년 4월 한국마사회 제주본부장기 전도유도대회, 7월 교육감배 전도유도대회에서 보목초 유도반은 이태훈과 김건우의 연이은 활약으로 다시 종합1위를 차지했다.

김관장의 지도력이 알려지면서, 유도를 배우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유도관 개원으로 이어졌다.

2015년 12월 전국소년체전 선발전에서는 여자초등부 김민정(48kg이하 급), 남자중등부 서귀중 오문혁(90kg이상 급)이 김관장의 지도아래 우승을 차지했다.

11월에 치러진 제주컵 전국유도대회에서 보목초 유도반은 제주 유도의 자존심을 세웠다. 여자초등부 김민정(40kg이하 급)이 금메달을, 남자초등부 양지성(66kg이하 급)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보목초등학교는 단체전에서 3위를 기록했다.

2016년 교보생명컵 전국꿈나무유도대회에서 보목초 유도부는 다시 큰일을 해냈다. 여자초등부에서 김민정이 금메달을, 양진범과 양지성이 각각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제 전국대회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은 기량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올해 지러진 순천만국가정원컵 전국유도대회에서 보목초 신유미(36kg이하 급)가 금메달을, 허성재(60kg이하 급)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신유미는 당시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금메달을 차지해, 유도인들을 놀라게 했다. 신유미 선수는 올해 4월에 치러진 순천만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오는 5월에 충남 아산에서 예정된 46회 전국소년체전에 보목초 강동영, 강정초 김아리, 위미중 김민정이 제주를 대표해 출전한다.

김 관장은 “우리 선수들은 전국대회에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량”이라며, “세 명 모두 메달을 기대할 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귀포 유도가 빠른 시간 내에 비상하게 된 이유로 “선수들이 재미있게 연습에 임하고 지도자가 아이들을 재미있게 가르치며, 부모들이 믿고 기다려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즉 성과를 내기 위해 아이들을 다그치는 지도자가 아니라, 아이들이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라는 말이다.

김 관장에게 다소 아쉬움이 있다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연계지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점이다. 유도선수가 되려면 최소 10년은 운동을 해야 하는데 서귀포에 아직 그런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점이다. 체육계와 시민들의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