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사진전 ‘제주의 시詩’

"숲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은유적이고 오랜 시간을 들인 시와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는 곶자왈을 '시'와 같다고 표현했다. 곶자왈의 시간을 시어로 불러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2010년 제주로 이주한 김형석 사진작가는 묵묵히 제주의 공간과 시간을 기록해 온 여정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펼친다.

9월 30일부터 10월 15일까지 바람섬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제주의 시’라는 주제로 제주 곶자왈 그 중에서도 선흘 곶자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제주에만 존재하는 숲 '곶자왈'은 1만 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척박한 돌무더기 위에 숲을 이루고 생명을 길러왔다. 한 그루의 나무도, 작은 이끼도, 돌멩이 하나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기대며 공존한다. 전시가 보여주는 제주의 시간은 바로 ‘공존의 시간’이다.

“곶자왈이라는 커다란 생명체를 마치 한 사람의 이야기와 역사를 담아내는 초상화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곶자왈의 생명에서 작가는 미묘한 차이와 어울림이 만드는 리듬을 느꼈다. 그래서 곶자왈을 시로 표현하고 싶었다.

제주의 곶자왈은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있다. 사라져가는 곶자왈을 ‘시’로 전하며 사람들의 눈과 마음에 담고 기억되고 낭송되기를 바란다.

9월 30일 오후 3시, 바람섬갤러리에서 전시 오프닝이 열렸다. 김형석 작가는 박연준 '하품' 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바람섬갤러리에는 곶자왈을 배경으로 나지막하게 시를 읊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전시를 기획한 정은혜씨와 김형석 작가의 토크가 이어졌다. "저녁 즈음 아무도 오지 않는 숲을 삼각대를 들고 들어간다. 외롭고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조금은 묵직한 시간들은 그러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강렬한 원색의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주로 했던 작가는 이번 곶자왈을 통해 '초록'색의 무한한함을 발견한다. '초록' 안에도 수십가지의 초록이 있음을 발견했다. 곶자왈에 머물면서 천천히 함께 시간을 나누었다.

강길순 바람섬갤러리 관장은 "곶자왈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을 전시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듯 천천히 그들과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맨발로 작품 앞에 앉아 있으면 숲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며 다른 시선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기를 조언했다.

김형석 작가의 제주 곶자왈 탐구 그 첫 번째 이야기. 공천포 바닷가에 곶자왈이 들어왔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