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 중인 김경배 '제주 제2공항 성산읍반대 대책위' 부위원장

단식 중인 김경배 성산읍대책위 부위원장.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이하 성산읍대책위)가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8일째이자 제주시가 계고장을 통해 천막철거의 시한으로 정한 17일, 농성천막을 방문해 단식중인 김경배(49, 난산리) 성산읍대책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성산읍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 단식을 지지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이 천막 주변에 모여 있었다. 김경배 위원장은 농성 첫날에 비해 다소 핼쑥해지긴 했지만 건강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투쟁현장에 동참하는 주민들의 생계문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다. 생활에 대해 물었다.

“성산읍이 2015년에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발표될 때 투쟁에 함께 했다. 그러다가 1년 넘게 투쟁에 참여하다보니 돈이 바닥나고 생활이 어려워졌다. 건설 장비를 운전하는데 올해 초에 일을 다시 시작했다.”

김 부위원장은 "생업에 복귀했는데, 우리 반대대책위와 대화 한 번 해보지 않은 원희룡 지사가 제2공항 용역을 건의하는 공문을 보낸 것에 화가 났다”고 했다.

지난 2016년에 국회가 제주 제2공항 개발 기본계획 수립 용역’ 예산을 심의하면서 국회의원들은 주민과의 협의 과정을 거친 후에 집행할 것을 부대조건으로 달았지만 원희룡 지사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제주도는 지난 7월에 도내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된 제주권 공항 인프라 확충 범도민추진협의회라는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단체 명의로 지난 7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조속히 추진해주라는 건의문을 채택해 국회와 국토부에 전달했다.

결정적인 건 최근 여론조사 공방이다. 제주도는 지난 11일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국토부에 제2공항을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성산읍대책위와 도민연대 등은 최근 제주도가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가 민의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설문 내용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해 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표출할 기회를 차단한 상태로 의견을 물었다는 것.

성산읍대책위가 천막농성을 시작한 다음날, 제주시장이 천막을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냈다. 이후 안동우 부지사가 한 번 농성장을 방문했다. 김 부위원장은 안동우 부지사에게 제주 제2공항 추진의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특히 5개 마을 이장 모아놓고 2개 마을 이장이 동의한 것을 근거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추진했고, 조작된 여론 가지고 정부에 국토부에 제2공항을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안 부지사에게 최소한 제2공항 검증위원회라도 구성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무 답도 듣지 못했다.”

힘들 때는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가족들 걱정이 적지 않겠다고 말했더니 어머니 얘기를 했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어머니와 살고 있다. 그런데 어머니께는 육지에 1인 시위 다녀올 거라고 말씀드렸다. 오래도록 단식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신다.”

최근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잠은 잘 수 있는지 물었더니 “시민단체 회원들이 전기매트도 설치해줘서 그렇게 춥지는 않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응원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있어서 마음에 위로를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난생 처음하는 단식이라고 했다. 그래도 눈은 맑고 발음도 정확했다. 스스로도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제2공항 추진을 반대했던 성산읍 대책위는 지난 10일, 제2공항 관련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무한 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도정의 일방통행 추진을 비판하고, 제2공항 추진 절차를 밀어붙이는 국토교통부를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도청 정문 맞은편에 천막을 설치하고 김경배 부위원장을 필두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그런 가운데 제주시는 11일에 성산읍대책위에 계고장을 발송했다. 제주시장 명의 작성된 계고장은 “성산읍대책위가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어 보행과 교통소통에 많은 지장을 주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오는 17일 오후 6시까지 자진 철거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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