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 / 서귀포시 복지행정담당, 제주도 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

 지난 2017년 9월 중순, 대한민국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어느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호소”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자체에서 근무 중인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인데 푸념을 조금 해볼까한다면서 자신이 처한 현실과 어려움, 앞으로의 희망사항을 차분히 풀어냈다. 그 청원을 읽으면서 가슴이 칼로 베인 듯 아팠다. 눈앞이 흐려졌다. 잠시 청원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해보면 이렇다.  

 사고만 안 터지길, 큰 소리 안 나길, 오늘도 무사하게라고 늘 바랍니다. 2013년에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잇따라 생명의 끈을 놓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일선에서 달라진 점을 체감할 수 없습니다. 인원을 충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가파른 속도로 업무가 더 늘어났습니다. 보건복지부, 산업자원통상부, 국토교통부, 여성가족부 등의 중앙부처 외에 지자체 자체사업까지 복지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늘어나는 만큼 사업도 늘어납니다. 복지만 들어가면 모두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몫이 됩니다. 중앙부처의 사무관, 주무관들이  각종 복지민원과 업무에 쌓여 허덕이는 지자체에 파견을 나와서 1년 이상 일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자존감을 높여 주세요. 사회복지업무 담당자 수를 늘려주세요. 출근할 때 듣는 귀뚜라미 소리를 퇴근할 때에도 듣습니다. 온 천하를 얻어도 나를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희생과 봉사라는 명예를 가장한 멍에로 열정 페이를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사람들은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는데 더 관심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렇게라도 해야 관심을 가지겠지... 라고 생각합니다.(이하 생략)

 불이익을 당할 줄 알면서도 용기를 내서 청원을 넣었던 복지전담 공무원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또한 올해로 사회복지공무원 임용 30주년을 맞이한 전국의 2만 3천명의 사회복지공무원에게도 축하인사를 건넨다. 

 1987년, 우리나라에 사회복지공무원이 처음 생겼고, 두 자리 숫자인 49명으로 출발해서 현재 2만 3천명의 복지공무원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발품을 팔고 있다. 양적으로는 성장을 했는데 과연 질적으로도 성장을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일정 수준까지는 양을 채워야 하지만 2만 명이 넘은 지금, 질적 수준에 대해서 정부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적으로도 일정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더라면 애초에 이런 청원은 없었으리라.    

 청원에서도 언급했던 2013년의 자살사건은 사회복지공무원과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안겨줬었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자살을 할 만큼 힘들었다면 그냥 사표를 쓰고 나오면 되지 왜? 라고... 상처를 치유해 줄 힐링 교육이나 정신건강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도 막상 가려면 업무 대직자에게 미안하고, 교육 후 산더미같이 쌓여있을 업무가 무서워 선뜻 가지도 못하는 게 복지공무원의 처지다.
 정부는 연이은 자살사건을 계기로 복지공무원 자살방지 대책도 마련하고, 전국적으로 복지인력을 확충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4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이 힘들다는 현장의 소리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면 그건 누가 보더라도 문제다. 이번 정권에서 이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시기를 바란다. 

 정부는 2018년까지 전국 읍면동 3,400여 곳을 행정복지센터로 바꾸는「읍면동 복지허브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도 이에 발맞춰 내년까지 전 읍면동에 맞춤형복지팀을 설치할 계획으로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인력이다. 맞춤형 복지팀을 설치하더라도 복지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는다면 이 사업은 실패할 것이다. 복지전달체계의 혼란과 복지공무원의 상실감만 커질 뿐이고, 그 피해가 어려운 이웃, 취약계층으로 이어질게 뻔하다.

  맞춤형 복지팀의 팀장은 공공복지 전문가가 맡아서 해야 전문성 확보와 함께 복지전달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탄력 있는 민·관 연계로 지역복지 사업을 지역에 맞게 잘 수행할 것이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복지 허브화사업의 목적에 걸맞게 그 사업을 수행할 복지인력을 대폭 늘려서 어려운 이웃의 손톱 밑 가시도 그때그때 신속하게 빼 낼 수 있도록 서둘러 현장의 일손을 늘려야 한다.

 더 이상 사회복지공무원이 일이 힘들어서 자살을 택하거나 우울증 등 자신을 지키지 못해 병에 걸려 고통 받지 않도록 정부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근무환경과 처우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소망한다.     

 지난 30년 동안 아픈 상처를 끌어안고 묵묵히 공공복지의 자리를 지켜낸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이 이제는 공공복지뿐만 아니라 민간복지와의 연대도 생각하면서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복지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복지가 아닌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뿐만 아니라 복지업무를 하는 모든 공무원, 사례관리사, 민간 사회복지사 등 복지현장에서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성실히 일하고 있는 그 분들에게 힘과 용기를, 따뜻한 미소로 격려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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