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리 하우스 복구현장, 주민과 해병대 대원들 구슬땀

주민과 대원들이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기 위해 모였다.
주민들고 구성된 북구 지원조가 기술이 필요한 일들을 처리한다.

남원읍 한남리 소재 1000평 규모의 레드향 비닐하우스. 지난 한파에 폭설에 눌려 붕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주인 오모씨(50)는 레드향 수확 3년 만에 큰 피해를 당해 앞길이 막막하다.

당장에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는 일도 그렇고, 무너진 자리에 하우스를 새로 짓는 일도 여간한 부담이 아니다. 게다가, 기둥이 무너지며 천장이 바닥에 내려앉을 때 레드향 나무들이 눌려 가지 대부분이 부러졌다. 거액을 들여 비닐하우스를 다시 짓는다 해도 나무를 모두 다시 심어야할 상황이다. 대자연이 내린 재앙에 주인은 허탈하기만 하다.

지역주민들과 해병대 장병들이 21일, 오 씨 농가의 철거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였다. 오씨가 사는 위미2리의 새마을지도자들 중심으로 복구 지원조를 꾸려 기술이 필요한 작업들을 처리한다. 그리고 해병대 대원 9명이 주민들의 지시에 따라 나머지 작업을 수행한다.

지난 한파 기간,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기둥이 무너지며 천정이 내려앉았다. 나무들이 눌려 가지가 크게 손상을 입었다.

하우스 철거에 필요한 일들은 크게 두 가지. 우선 비닐하우스 파이프에 붙어있는 그물과 비닐, 밴드 등을 떼어내는 작업이 있다. 이는 주로 기술이 부족한 장병들의 몫이다. 그리고 각종 볼트를 풀어 기둥과 서까래, 연결 지지대 등을 서로 분리하는 일이 있다. 이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처리한다.

복구 지원조에 참가한 이동헌 조장은 “하우스 규모나 무너진 상황을 보니 복구하는데 보름은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를 당한 이웃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말했다.

복구 지원에 참가한 강승식씨는 비닐하우스 제작의 베테랑이다. 강 씨는 대원들에게 “하우스와 비닐을 연결하는 스프링 철사에 찔리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복구 지원을 나온 대원들 틈에 젊은 여성 군인이 눈에 띠었다. 제주시에 있는 해병대 9여단에 소속된 김경진 중사.

복구 작업에 참가한 김경진 중사. 여성 군인이지만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중사는 “경기도 김포가 고향인데, 지난해 제주로 발령을 받았다”며 “그동안 제주도 생활에 만족했는데, 농가가 한파와 폭설로 큰 피해를 받았다니 여간 마음이 아프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남자 대원들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려운 일이라도 시켜주면 다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때론 고난을 통해 새롭게 공부를 하고, 더 위대해지기도 한다. 절망에 빠진 타인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어 참담한 세상의 한 가닥 희망을 전한다.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딛고 일어나라”고 했던 지눌 스님의 엄중한 가르침이 떠오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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