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사아 방문기 3} 국가종교 이슬람을 엿보다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2018국제야구스포츠교류에 참여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서귀포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해마다 추진하는 행사인데,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해외 나들이를 결심했다.

해마다 임원들을 격려하고 협회 활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기회를 만들어주시는 문순용 서귀포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과 고영수 상임부회장, 장상오 부회장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궂은일 마다하지 않았던 이재헌 사무국장, 저녁에 외출도 삼가고 방에 박혀 노트북과 씨름하던 룸메이트와 재미없게 며칠을 보냈던 이경석 감사님에게 미안한 마음 전한다.

<서귀포신문>도 최근 일손이 부족해져서 해외 나들이 결심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말레이시아 방문을 기꺼이 결행한 한 가지 이유는 고도(古都) 말라카(Melaka) 방문에 대한 오랜 염원 때문이다. 이 도시에 대한 내용은 이후 기사로 소개할 예정이다.

몇 회 이어질 기사가 스포츠교류 사업에 조그만 결실로 남길 소망한다. -기자 주

국립 이슬람사원.
일행들이 차도르를 입었는데, 교회 성가대 가운과 다르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Malay, 지금 말레이시아 선주민)계, 중국계, 인도계 등이 뒤섞여 있는 나라다. 선주민은 전체 인구(약 3200만 명)의 6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헌법상 무슬림(이슬람을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중국계는 말레이시아 인구의 약 23%를 차지하며, 유교와 불교, 도교 등을 믿는다. 인도계는 인구의 약 7%를 차지하는데, 대체로 힌두교를 숭배하고 힌두 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다. 다양한 민족들이 다양한 문화를 유지한 채 살고 있지만, 나라의 공식 종교는 이슬람이다. 그렇다고 종교의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닌데, 다만 무슬림에 대한 포교만 금지됐다.

말레이 반도에 최로로 국가가 등장한 것은 1400년경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에 있던 팔렘방(Palembang)왕국에서 왕자들 간 권력다툼이 생겼다. 싸움에서 밀려난 파라메스와라(Pawameswara) 왕자가 말라카로 이주해서 나라를 세웠는데, 그 나라가 말라카왕국이다.

말라카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길목(말라카해협)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해상 무역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리고 아랍계 상인들과 교류하면서, 파라메스와라 왕은 자연스럽게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이슬람은 말라카왕국과 이후 말레이계 주민들의 주요 종교로 자리 잡았다.

말레이시아가 포루투갈과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의 식민지를 경험하고, 무역과 광업이 번성하면서 인종 구성은 매우 다변화됐다. 하지만 이슬람은 여전히 이 나라의 국교이고, 따라서 말레이시아를 이해하려면 이슬람을 알아야 한다. 국립 이슬람사원을 찾았다.

아프리카 무장조직 ‘보코하람’,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끌던 ‘알카에다’, 중동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과격함을 방송을 통해 자주 접했던 터라, 이슬람사원에 가는 일이 개운치가 않았다.

그런데 우리를 안내했던 말레이계 가이드는 “전혀 걱정할 게 없다”며 “말레이시아 무슬림은 싸우기를 싫어하고 모든 사람과 문화를 존중한다”고 했다.

국립 이슬람사원에 들어섰는데,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무슬림들이 많이 눈에 띠었다. 사원 기도실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무슬림에게만 허용됐다. 이방인들은 밖에서 구경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무슬림은 평소에 여자는 히잡을 써서 머리를 가리고, 반바지를 입은 남자는 차도르를 입어서 다리를 가려야 한다. 이슬람사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이 안에서는 무슬림과 같은 복장을 갖춰야 한다. 사원 입구에서 차도르를 나눠주는데, 입어보니 내가 나가는 교회 성가대원들이 입는 가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현지 가이드는 기독교 성경에 아담과 하와가 나오듯이 쿠란에도 이들이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노아의 방주까지 비슷한 내용이 여럿 겹친다고 했다.

이슬람사원을 안내하는 무슬림 여성들. 관광객들을 자주 상대해서인지 표정이 밝고 친절하다.
이슬람사원 기도실인데, 무슬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기도는 무슬림의 일상 생활이다.

밖에서 사원을 안내하는 여성들이 있었는데, 관광객들을 자주 상대해서 그런지 매우 상냥하고 친절한 표정이다. 쿠란을 한 권 구입하고 싶다고 했더니, 영문 경전을 한 권 내밀었다. 가격은 정해진 게 없고 후원금을 내면 된다고 해서 10링깃(약 3000원)을 기부금 함에 넣었다.

며칠 동안 말레이시아에 머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나라 무슬림들은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가운데서도 기도와 식사에는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지킨다.

하루에 대략 네 차례 기도를 드리는데, 이때는 아무도 방해를 할 수 없다. 심지어 회사에서 근무 중에도 기도시간을 엄수하는데, 사장도 직원의 기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우리가 야구경기를 하는 도중에, 무슬림들의 기도에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야구경기가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경기 도중 근처 사원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심판은 ‘타임아웃’을 선언하고 사원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대기하라고 했다.

말레이시아 젊은이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현지 네네치킨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무슬림 청소년들이다. 문화가 복잡하게 교류되면서 할랄과 하람의 구분도 복잡해졌다.

무슬림은 율법에 허락한 것만 먹는데, 허용된 음식을 할랄(Halal), 금지된 음식을 하람(Haram)이라 한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좋아하는 술과 돼지고기는 모두 하람이다. 현지 가이드는 우리를 중국식당에 안내할 때마다 자신은 밥을 굶었다. 중국 음식이 대부분 돼지고기를 재료로 하기 때문이다.

중동지역과 달리 말레이시아는 자본주의가 첨단을 향해 치닫는 곳이다. 다양한 식습관을 가진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살고, 다양한 물자가 교류되다보니 할랄과 하람의 구분도 그만큼 복잡해졌다.

도심 속에는 서양음악을 배경으로 술을 파는 클럽이 불야성을 이루는 반면, 그 주변 사원에서는 무슬림이 하루 네 차례 기도를 올리는 나라. 말레이시아는 그 역동성과 엄숙함이 불완전하게 균형을 이룬 채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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