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 내부 원추형 분석구, 굴삭기로 원형 훼손해도 사유재산권에 가로막혀 보호 막막

하논분화구 내부 분석구에 굴삭기를 이용해 절토와 성토가 진행되고 있다. 하논분화구에 대한 복원이 논의되고 있지만 원형훼손도 막을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평탄화작업이 끝난 현장. 시청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사유지이고, 농지이기 때문에 절토와 성토를 막을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하논분화구 보로미오름 남쪽에서 대형 굴삭기를 동원한 공사가 한창이다. 알봉 정상부가 절개되면서, 이중화산체 원형이 크게 훼손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구체적 방안이 전무한 상황이다.

<서귀포신문>은 분화구 내부의 지질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제보를 접하고 지난 13일, 현장을 확인했다. 보롬이오름 남쪽 분석구 정상에 굴삭기를 동원해 지표를 2m가까이 절토한 후 평탄화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붉은색 송이(스코리아)가 드러나는 것에서, 이 일대가 이중화산체의 마지막 단계에 형성된 젊은 지층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청 도시과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본지에 공식적인 입장을 전해왔다. 시청 관계자는 “현재 해당구역이 농지이고 절대보전지역 등에 지정된 상태가 아니어서 2m 이내의 절토 및 성토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논분화구 내부에 있다고 해도, 일반 농지에 적용하는 규정 외에 달리 적용할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서귀포시청의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관계자는 “그동안 하논분화구 보전을 위해 수많은 방안을 내놓았지만 단계별로 여러 장애에 걸려 실현시키지 못했다”며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데 대한 부담이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담당자는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분화구 내부의 사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지난 2014년, 2600억 원으로 추정되던 게 현재는 4000억원 정도로 상승했다”며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 해도 제도를 변경하기는 어려운 문제다”라고 말했다.

분화구복원 이전에 원형 훼손이라도 막아야할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에서 분화구 내부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이 또한 여러 가지 장애로 이루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논분화구는 이중화산체 구조를 띠고 있다. 분화구 가운데 보롬이오름이 보인다.

하논 화산체가 화산활동을 시작한 것은 약 5만5000년 전(3만5000년전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으로, 당시 이 일대는 해수면 보다 약 100m 정도 높은 내륙이었다. 화산활동 초기에는 마그마가 분출할 때 지하수와 접촉하며 대규모 수성분출이 이뤄졌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화산재와 스코리아가 분출한 후 주변에 쌓여 응회암으로 된 화구륜을 만들었다.

이후 수성화산활동은 멈추고, 대신 용암분출로 이어졌는데 분화구내에 자리 잡은 보롬이오름은 용암분출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화산체 내부에 또 다른 화산체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중화산' 구조를 띤다.

화산활동이 종결되자 서귀포층에 의해 떠받쳐진 지하수가 분화구 안에서 솟아나면서 분화구내에는 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화구호 안에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면서 습지 생태계가 형성됐다.

하논분화구는 직경 1Km로 백록담분화구는 물론이고 제주도에 분포하는 모든 단성화산 분화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분화구 내부에 한 때 화구호(Crater lake)가 형성돼 두터운 호성퇴적층이 쌓여있는 몇 안 되는 화산 가운데 하나다.

하논분하구의 퇴적층에는 동아시아 기후변화 연구의 중요한 광물학, 고생학 및 지화학적 지시자들이 포함되어 있어 최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지난 2012년 8월에 전국 각계 인사 570명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하는 ‘하논분화구 복원 범국민추진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며 하논분화구 복원운동은 잠시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대선때 문재인 대통령이 하논분화구 복원을 대선공약으로 내걸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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