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무더운 여름이다. 연일 내내 뉴스와 신문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각종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것이 여름이라서 받아들여야 겠지만, 무더위를 피할 때 삼시세끼 시원한 음식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더우면 생각나는 첫 번째 메뉴가 바로 밀면이다.

이중섭 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았던 ‘평양면옥’

평양면옥

일호광장 태흥장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이중섭 거리에 있는 ‘카페 메이비’ 자리를 거쳐 지금의 ‘기억나는 집’ 옆으로 확장이전을 해서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밀면은 사실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처음 먹어본 메뉴였다. 한국전쟁에 얽힌 부산에서 유명한 음식으로 정도만 알고 있었고, 서울에서의 밀면은 꽤나 낯선 메뉴였다. 익숙치 않은 음식을 먹을 땐 첫 가게의 맛과 기억이 매우 중요한데, 지금까지 밀면을 즐겨먹을 수 있던 것은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지역주민들이 찾아가는 이 곳 ‘평양면옥’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평양면옥 밀면

7년 만에 찾게 된 이 곳의 문을 열고 자리에 앉는다. 곱디 고운 사장님도 그대로 이다. 메밀 막국수와 밀면을 주문 해보았다. 7년이란 시간은 맛에 대한 기억이 변하기 딱 좋은 세월인데 걱정하며 음식이 어서 나오길 기다려본다.

이 곳의 육수는 고급한약재를 사골과 함께 장시간 고아서 깊은 맛을 담아냈다고 한다. 청양초 매운맛을 10여가지 야채와 잘 버무려 향이 깊고 그 뒷맛 또한 상쾌한 맛을 낸다고 한다.

최근 밀면보다 더 인기 좋다는 메밀막국수는 메밀 향을 돋우기 위해 메밀을 볶아서 반죽하기 때문에 면 색깔이 살짝 검을 뿐 아니라 고기국수 역시 한 그릇 한 그릇 주문과 동시에 건면을 삶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고 적혀있으나 걱정할 만큼의 오랜 기다림은 아니었다.

살얼음 동동 뜬 시원한 육수위에 메밀과 그 위에 삶은 계란 반쪽과 김가루가 살짝 올려져있다. 메밀막국수는 가급적 면을 자르지 않고 먹어야 더 쫄깃하고 탱탱하게 호로록 호로록 면빨치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밀면에 식초와 겨자를 살짝 넣고 먹기 좋게 면빨을 가위로 한번만 잘라준다.

막국수나 밀면 못지않게 인기가 좋은 녹두빈대떡이 나온다. 더운 날이지만 안 먹으면 후회될 것 같아서 빈대떡 한 접시 시켰다.

평양 기림리 출신의 아버님과 평양 선교리 출신인 어머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평양 빈대떡으로 집에서 해먹던 방식 그대로 100% 녹두를 사용하여 맛이 고소하고 진해서 일까?

평양면옥 녹두빈대떡

비오는 날이면 뜬금없이 이 곳의 녹두빈대떡이 생각난다. 예나 지금 이나 변함없이 귀엽게 3장이 부쳐져 나온다. 노릇노릇 하니 참 먹음직스럽다. 양파지 하나 얹고 먹어보자. 기름기도 그리 많지 않아서 느끼함이 덜 하고, 살짝 두툼해야 더 맛있는 빈대떡다운 식감이 꽤 잘 느껴진다. 7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빈대떡을 검게 태워서 주는 바람에 연신 미안하다고 했던 이곳에서의 추억이 새록 떠올랐다. 빈대떡은 역시 과거의 추억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이기도 하다.

평양면옥 메밀만두

이 집의 비밀병기 같은 존재는 바로 메밀만두이다.

먹기 좋은 크기에 김이 모락모락 따끈해 보이는 메밀만두는 만두귀신인 나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박수쳐주고 싶은 메뉴이다. 적당히 꽉차있는(?) 만두소는 호호~ 거리며 식히면서 먹어야 할 만큼 뜨끈한데 참 맛있다.

피난민 부모를 둔 부산출신의 남자와 제주여자가 만나 한번도 해본적 없어 걱정했던 세월이 어느 덧 12년. 부산의 장인에게 직접 배워온 그 열정은 폭염의 제주보다 더 뜨겁길 응원한다. 언제나...

문의 : 064.732.3004(포장 가능)

위치 : 서귀포시 중앙로4번길(서귀동 464-4)

오픈 : 오전 10:30 ~ 오후 8:00휴무 : 격주 월요일

 

(페이스북 : 신대장 / instargram : jeju_by.shin / 블로그 : blog.com/red7829)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