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기억 왜곡과 합리화

박정신과의원 박용한 원장

 

우리는 과연 생각의 주체일까요? 3가지 실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꿈을 꾸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것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친척을 본다거나, 못하는 수영을 하게 된다거나, 하늘을 날게 되어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꿈을 꿉니다.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매일 다니는 직장에서 점심시간이 되자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무언가 빠진게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가방을 뒤져 자신도 모르게 빨간 때밀이 타올을 꺼내들고 구내식당에서 빨간 타올을 내고 점심을 먹습니다. 그리고 꿈을 깨었는데 자신이 식권 대신 빨간 때밀이 타올을 그것이라 생각하고 사용하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평소 구내식당을 갈 때 자주 식권을 잊어버리고 간 경우가 있던 이 사람은 식권을 꼭 챙겨야 한다는 무의식적 생각과 불안이 그런 꿈을 꾸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만성알콜중독병원에 장기간 입원한 환자들을 돌볼 때 이야기입니다. 회진 중에 오래된 음주로 인하여 기억력이 손상된 환자에게 이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을 때 환자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하는 이야기가 “ 네, 제가 지금 예비군 훈련을 왔습니다. 여기는 예비군 숙소입니다 ” 라고 하였습니다. 병동 침대가 서로 촘촘히 붙어있고 회진하느라 환자들이 군대 점호하듯 전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있는 장소를 그렇게 해석하였던 것입니다.

셋째, 1986년도에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폭발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건 다음날 106명의 사람에게 설문지를 나누어주고 사건 당일 누구와 어디에서 폭발 소식을 접했는지,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리고 나서 무얼 했는지 상세히 적도록 하였습니다. 2년 반 후에 이들에게 개별인터뷰를 통해 같은 질문을 한 결과 25%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50%는 비슷하게 이야기를 하였으나 대부분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10% 정도의 사람만이 기억을 제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90% 의 부정확한 기억의 소지자들에게 자신이 쓴 설문지를 보여주었더니 폭발 다음날 기억보다 현재의 기억이 맞다고 대부분 주장하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순간 상황을 해석하고 문제가 없도록 하는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의존하여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기억감소를 기억왜곡으로 나도 모르게 합리화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각은 기존의 정보와 현재의 정보가 만나고 교류하고 가감되는 변화무쌍한 현상과 같습니다. 우리는 생각의 주체라기보다 생각을 관찰하는 자입니다. 알아차림 명상을 통해 생각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하고 생각의 틀속에 갇혀 지금 이순간의 현실감과 존재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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