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동 월라봉 남쪽에 문을 연 가드닝카페 베케(VEKE)

제주의 다양한 모습들이 방송을 통해 비춰지면서 제주인들의 삶의 모습역시도 대도시 아파트의 모습으로 점차 바뀌어간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대단지에서 과연 앞으로는 과거의 제주의 모습이 남아있을가? 하는 의구심을 일으킨다. 서귀포시 효돈동 길가옆에 제주의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볼 수 있는 베케(VEKE)라는 가드닝카페가 문을 열었다. 베케란 무슨 뜻 일까? 베케는 밭의 경계에 아무렇게나 두텁게 쌓아놓은 돌무더기를 의미하는 제주말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원을 가지 않고는 일상에서 식물과 교감하기 어렵고, 정원가꾸는 방법 자체도 생소할 것이다. 가드닝카페인 베케는 다양한 제주의 느낌을 보여준다. 건물 외관의 건축재료로 사용된 화산석과 검은 콘크리트, 제주스러운 돌담과 이끼를 비롯한 초록초록한 조경식물이 가득차 있다. 

베케의 돌틈 사이로 풀과 나무가 자란다. 건조한 바람을 막아주는 돌담과 나무 그늘은 이끼가 살기 좋은 환경이다. 입구정원, 돌담정원, 고사리정원, 이끼정원, 빗물정원, 그늘정원, 목련 만병초정원, 폐허정원으로 구성된 이 곳 베케는 비가 올 때의 멋, 햇빛이 쨍쨍할 때의 멋, 흐린날의 멋등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양한 정원 사이에서 특히 폐허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폐허를 이용하는 것이라 '보기 싫지는 않을가', '깔끔하지 않은 모습이 아닐가'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오히려 전체적인 분위기와 참으로 어울렸다. 정원이라는 것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공적인 느낌도 남아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연에 가깝도록 자연스러움을 연출했다. 이런 분위기는 커피보다는 차가 어울릴 것 같았다.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자리에 골라서 앉아 있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아마 앞으로 점점 알려지고 나면 카페 내부에 자리잡기가 힘들 것이다.

카페라는 이름에서 그냥 일반적인 커피와 차를 파는 곳이구나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곳을 방문하여 보니 정원을 관리하는 정성과, 그 안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느끼게 되어 카페와 정원의 조화가 참으로 어울렸다. 카페 건물의 창 높이에서 바로 녹지 지면이 연결되도록 건물 바닥 높이를 80센티미터 낮춰 내부에서 바라보는 외관의 모습 또한 초록초록한 색감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카페에 가면 건물이 자연을 압도한다(?)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카페 내부를 좀더 화려하고 컨셉에 맞는 잘 다듬어놓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을 한다. 베케는 먼가 엉성하다는 첫 느낌이지만 가만히 그 곳을 바라볼수록 치밀하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다. 베케에 비가 내리는 날에는 어떤 모습일가? 라는 궁금증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