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서귀포시 경제와 관광 CEO 포럼’ 6일, 허영만 만화가 초청 강연 마련

허영만 만화가가 6일, '서귀포시 경제와 관광 CEO포럼'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강연을 전했다.
참석한 시민들.

‘제21차 서귀포시 경제와 관광 CEO 포럼’이 6일 저녁 6시, 서귀포칼호텔에서 열렸다. 서귀포상공회가 인기 만화작가 허영만씨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귀포시가 행사를 후원했다.

김창홍 서귀포상공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허영만 작가는 누구보다도 제주도를 사랑하는 분이다”라며 “오늘 강연을 들으면서 살아가는 지혜도 구하고 더욱 서귀포의 문화와 자연을 사랑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윤경 시장은 “훌륭한 작가를 모시고 강연을 듣고 있는데, 각자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귀포시도 현재 경제적 상황에 대해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고, 특히 내년 예산이 난제다”라며 “그럼에도 상공인여러분들과 함께 할 일에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허영만 작가가 ‘꼴로 보는 관상-모든 것은 당신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허영만 작가는 48년 여수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랐다. 동생이 다섯 명이나 있어서 대학진학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고2때 대학 진학을 포기한 이후부터는 만화만 붙잡고 살았다.

고3이 되자 좋아하던 만화가 선생에게 편지를 써서 문하생이 되겠다는 뜻을 전하고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66년 1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7년 동안 문하생으로 생활했다. 허영만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며 “문하생 기간 동안에도 작가가 될 때를 상상하며 대비를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74년 소년한국일보에 만화 공모에 입선해서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 훗날 들은 얘기인데 심사위원 가운데 신동우 선생이 “우리가 이젠 만화를 그만 그릴 때가 됐다. 다음 세대는 혀영만의 시대다”라는 말로 신인 작가를 극찬했다.

허영만 작가는 “내가 인기 작가라고 하는데 어려움이 없겠냐”면서 “책을 출간한 후 독자들의 반응이 나올 때까지의 조마조마한 과정을 122번 반복해서 경험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대거 만화계에 뛰어들자 불안감은 커졌고 젋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그건 취재를 더욱 철저히 하고 독자들과 더욱 가까워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리고 1등을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5등 안에만 들자는 마음으로 스스로 여유로워지기로 했다.

작가는 ‘타짜’와 ‘꼴’을 소재로 작품을 준비하던 중에 경험한 에피스드들도 전했다.

출판사 사장이 문득 노름 만화 한 번 그려보라고 했다. 사장은 지리산에 은퇴한 타짜가 산다며 타짜의 손이 닿으니 화투 한 장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도 남겼다.

그래서 소문난 타짜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했다. 타짜들은 손바닥이 자석처럼 화투장을 붙여 올리기도 하고, 전체 48장 화투의 배열 순서를 매순간 모두 기억하기도 했다. 타짜들의 찰라의 손놀림을 파악하기 위해 거울을 사방에 설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품을 위해 경찰을 통해 노름방을 운영하는 조폭들을 만나기도 했다. 조폭과 얘기를 하기위해 집으로 초대했는데 “허 선생이 트럼프를 좋아하면 이 집은 내 집인데”라는 말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에 능한 타짜가 전한 ‘먹잇감'을 낚아먹는 비법’이라며 ▲트럼프를 좋아하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며 통장에 10억 정도 있는 사람을 찾을 것 ▲그 사람이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가서 이 사람과 동선을 맞춰서 여러 번 우연을 가장해서 마주칠 것 ▲그 사장과 말을 틀 정도가 되면 연락을 해서 카드 판을 벌일 것 ▲연락을 해서 몇 차례 돈을 잃어줄 것 등을 전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는 횟수가 여러 차례 거듭되다보면 그 사장의 잔고에 있던 10억 가운데 8억은 없어지고 2억 정도만 남게 된다. 그 8억을 낚아 먹는 방법도 타짜가 6번 잃고 4번 따는데 왕창 따고 조금 잃는 방법으로 횟수를 늘린다. 돈을 잃는 입장에서는 승률에 앞서기 때문에 딸 수 있다는 환상을 놓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2억 정도가 남는 상황이면 타짜들은 이미 종적을 감추고 사라진다. 그 2억까지 털어먹는다면 상대가 증오심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타짜 세계에도 금도가 있는 모양이다.

당시 타짜가 허 작가에게 “노름판에 모르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절대 끼지 말라”는 충고를 남겼다.

관상만화인 ‘꼴’이 나오게 된 에피소드도 전했다.

출판사에서 관상만화를 그려보라는 제안에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런데 산악인 박영석씨와 에베레스 등반을 위해 캠프에서 텐트 속에 누웠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 텐트가 날릴 지경이됐다. 그래서 자신의 운명이란 게 진짜 있는지, 그걸 알고 싶은 생각에 관상 작품에 도전할 결심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70대 관상가를 만나 취재 시작할 무렵 그 관상가에게 사람의 상을 보려면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 관상가가 ‘못해도 3년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취재에만 3년이 거린다는 말이다. 작품을 포기할 생각도 했는데 그 관상가의 충고가 일품이다.

“당신이 아무것도 안 해도 3년 세월은 금방 지난다.”

허 작가는 늙은 관상가의 충고가 가슴에 닿아 3년 반 동안 관상공부에 전념했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꼴’인데 작가는 “작품이 좋았는지 여전히 인쇄가 적잖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작가는 타짜가 전한 ‘모르는 사람이 있는 화투판에 끼지 말 것’고 ‘아무것도 안 해도 3년은 지난다’는 말에 강의의 방점을 찍었다.

상공인들에게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에 무모하게 덤비지 말되,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면 인내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라는 말을 전하는 것이다.

강연 끝날 무렵 ‘서귀포에 작업실을 두거나 서귀포에서 후학을 양성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작년에 작업실을 구하려고 한 달간 서귀포에 있었는데, 습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종이를 많이 쓰기 때문에 습도에 취약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후배양성과 관련해서는 “요즘 세대들은 만화를 손으로 그리지 않고 컴퓨터로 그린다. 나도 컴퓨터로 그려봤는데 맛이 나지 않고, 작업 과정에 고통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말한 후 “인터넷 환경에서는 자극적인 것, 예를 들면 동성애나 근친상간 같은 것에서 소재를 찾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 내 밑에서 그림을 그리겠다는 젊은 후학이 있다면 함께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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