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진흥법 위반 판결한 1심 재판부 결정 확정, 제주자치도와 한국관광공사 책임 떠넘기기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카트장. 대법원은 지나 9월에 업체가 관광진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1심 재판부의 결정을 확정했다. 1심 재판부는 업체가 ‘휴양‧문화시설 지구’에 설치할 수 없는 ‘운동;오락시설’를 설치해 불법으로 영업을 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에도 업체는 수학여행단을 유치하는 등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할 기관인 한국관광공사와 제주자치도는 서로 책임을 떠 넘기기에 급급하다.

중문관광단지 내에 박물관 업체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국가 사법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인데 사업을 관할하는 한국관광공사와 제주도청, 서귀포시청은 서로 책임을 떠미는 상황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사원은 당시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과정에서 중문관광단지 내 박물관에 업체가 카트 영업장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감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3월에 한국관광공사 직원은 업체 측이 미술관 용도로 지정된 토지 2만9850㎡ 가운데 5769㎡에 카트장을 설치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구두로 공사 중지와 원상회복 등을 요청했다.

해당 업체는 2016년 3월에 서귀포시청에 유원시설업 허가를 신청하려 했으나 시청은 관광단지 조성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업체는 관광공사 직원에 조성계획 변경서류를 제출하는 한편, 4월에 유원지시설업을 허가해 달라는 내용으로 ‘유원시설업 허가신청서’를 접수시켰다. 그리고 그해 5월 1일부터 조성계획 변경 등의 행정절차 없이 카트장을 설치해 운영했다.

관광진흥법은 관광단지 조성계획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도록 명시했고, 동법 시행령은 사업시행자(한국관광공사)가 아진 자가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시행하고자 할 때에는 사업시행자(한국관광공사)에게 허가 또는 협의를 신청하도록 명시했다.

감사원은 업체가 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카트장을 설치‧운영한 것과 관련해 감독 기관인 한국관광공사와 서귀포시청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당시 서귀포시청은 “2016년 3월에 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는 현장을 확인하고 업체에 시설 중단을 요청했지만 업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담당자들은 당시 서귀포시청에 ‘실시계획의 인가를 받은 내용과 다르게 용도를 변경한 자에 대해서는 서귀포시가 원상복구 명령 등 필요한 처분을 허가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시청은 행정대집행에 나서는 대신에 한국관광공사에 공문을 통해 문제를 시설철거 등 원상회복이 될 수 있게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시청의 공문을 접수한 한국관광공사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업체와 협의했지만, 업체가 원상회복 등의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고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은 결국 검찰의 기소로 재판으로 이어졌다. 사건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3일에 이 사건과 관련해 회사와 회사대표, 회사 관리자 등에 대해 관광진흥법을 위반했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회사와 회사대표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회사 관리자에게는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문 이유에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2016년 5월 2일 경에 사업시행자인 한국관광공사와 협의를 하지 않고 임의로 ‘휴양‧문화시설 지구’인 부지 중 5610㎡에 아스팔트 포장을 하고 타이어 등으로 주로를 만든 후 카트 30대를 비치하는 방법으로 위 지구에 설치할 수 없고 ‘운동‧오락시설 지구’에서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인 ‘카트장’을 조성 운영해 관광진흥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피고들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들은 “카트 시설업은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제주특별별자치도 관광진흥 조례에 따라 별도의 인‧허가 없이 영위할 수 있는 임의지정 업종이고, 카트장 설치는 조성계획의 경미한 변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올해 5월 17일에 이들의 주장이 이유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피고들이 상고하면서 재판은 대법원 판결로 이어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지난 9월 28일,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업체가 ‘휴양‧문화시설 지구’에 설치할 수 없는 ‘운동‧오락시설’를 설치해 불법으로 영업을 한 사실은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그런데 문제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직후에도 업체는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사법체계가 제주 관광산업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청에 책임을 물었더니 중문관광단지 관할 업무가 도 추자유치과로 이관됐다고 답했다. 제주자치도 투자유치과 담당자는 “관광단지 관리 업무가 한국관광공사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위법사실을 발견하고 공문을 통해 한국관광공사에 시정을 명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더 이상 역할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경찰에 고발하는 것 외에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행정권한이 제주도청이 있는 만큼 제주자치도가 행정권을 이용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관광공사 직원은 기자가 알려주기 전에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한편, 사건의 당사자인 업체측 관계자는 “회사가 고의로 카트장을 무단 설치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조례 개정 등이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했다”라며 “카트장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주자치도와 꾸준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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