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산 노지감귤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월 세 번째 주에 서울 가락동공판장에 출하된 제주감귤의 낙찰가를 10kg으로 환산하면 1만4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2만원대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하다. 경기침체의 여파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정도로 싸늘하다.

당초, 지난해산 제주감귤은 품질 면에서 나무랄 데 없다는 평을 받았다. 11월 출하초기만 하더라도 1만8000원을 넘는 가격을 기록했다. 농정당국과 농가는 지난 2017년산 제주감귤이 조수입 9458억원을 기록한 것을 근거로 1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즐거운 일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 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곤두박질하는 감귤 시세에 농가의 수심은 깊어진다.

노지감귤 가격의 하락은 이후 출하될 비가림감귤과, 레드향, 천혜향, 한라봉의 가격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달고 신맛이 없는 노지감귤이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상황이라면, 소비자들은 비싼 과일 구매를 주저할 게 자명하다. 설 대목을 앞둬 출하대기 중인 만감류 재배 농가의 걱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농협제주본부가 농협중앙회, 지역 하나로마트 등과 협력해 소비를 늘리기 위한 행사에 나섰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그런데 본지가 육지부의 일부 하나로마트 등을 확인한 결과, 현지 관계자들의 판촉 의지가 제주 농민들의 기대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평이다.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판매도우미 등을 고용해 한 상자라도 더 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7년 6월에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당도 10브릭스 이상의 감귤은 크기와 상관없이 대과나 소과도 출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2017년산 감귤부터 개정 조례를 적용해 10브릭스 이상 감귤을 크기와 상관없이 출하를 허락했다. 그리고 그해 제주감귤은 역대 최고의 조수입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1년 전과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1월 둘째 주부터는 출하량과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맛있는 귤이면 소비자들에게 얼마든지 통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쌓인 재고로 가격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협지역분부가 도내 지역농협에 대과들의 출하를 당부하고 있기는 한데, 한 번 추락한 가격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내 경제상황이 이전과 크게 다른 만큼, 다시 조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주자치도와 서귀포시는 기회 있을 때마다 감귤 1조원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농협제주본부는 지난달, 농협중앙회와 더불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었다며 자축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거창한 구호와 잔치 뒤에 농가가 마시는 고배는 씁쓸하기만 하다. 농정당국과 농협의 책임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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