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지난 12일에 ‘쓰레기 대란 1부, 세부로 간 크리스티나’를 방영한 후 제주자치도의 주먹구구식 쓰레기 처리방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방송에 따려면, 쓰레기 처리업자가 지난 2017년부터 대한민국 쓰레기를 필리핀의 민다나오 섬이나 세부로 수출됐고, 그 가운데 일부는 필리핀 정부에 의해 한국으로 반송됐다. 나머지 일부는 현지에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특히, 필리핀 세부는 국제적 관광도시다. 한국의 쓰레기가 필리핀 관광산업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생활에 큰 불편을 안길 것이다. 대한민국은 불법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전 세계에 공표한 사건이다. 그런데 그 오명의 진원지는 놀랍게도 제주도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제주시에서는 소각장 용량보다 많은 생활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시는 이에 일부를 압축쓰레기로 만들어 보관하고 일부를 외부로 반출해 처리해 왔다.

당국은 이번 폭로가 있기 전까지는 발전소나 시멘트소성로에 보조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반출한다고 했는데, 실상은 중간처리업체에게 맡기는 방식이었다. 제주시와 제주자치도는 업체가 쓰레기를 동남아시아로 수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계획서에 버젓이 적시했음에도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쓰레기 수출국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을 만든 1등공신은 제주도 공무원들이다.

여론의 질타가 높아지자 원희룡 지사와 고희범 제주시장은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 또한 통감하며 업무처리 과정에 법 위반 여부를 자체 조사와 감사를 통해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반출되어 문제가 된 폐기물에 대해서 빠른 시일 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도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생활폐기물은 원칙대로 도내에서 처리하겠다는 약속도 전했다.

그런데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것 같지 않다. 사태의 원인은 쓰레기가 처리능력을 초과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 기관이 처리시설 등을 정비하고 늘린다고 해도 해마다 늘어가는 쓰레기를 어찌 감당할까?

환경 수용력을 고려하고 검토하지 않으면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한다. 여전히 송악산에선 신해원 뉴오션타운이, 성산에선 제주 제2공항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환경과 도민의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획기적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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