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학생문화원 잔디광장이 도시 우회도로 사업으로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사진은 강문혁 기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서귀포시 도심지 교통 정체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삼성여고 사거리에서 용당 삼거리에 이르는 구간에 길이 4.5km, 폭 35m(왕복 6차선)의 도시우회도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서홍로와 동홍로를 연결하는 1.5km 구간은 2020년까지 우선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서홍로와 동홍로를 연결하는 1.5km 구간 가운데 그동안 학생문화원을 통과하는 300여 미터 구간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교육당국이 학생문화원 잔디광장에 왕복 6차선 도로가 지나갈 경우, 학생문화원과 서귀포도서관, 유아교육진흥원 등을 이용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통행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소음을 일으켜 문화원의 기능을 미비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면 학생문화원 잔디광장과 소나무숲, 동홍천 주변이 훼손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제주도교육청과 제주자치도 관계자들이 협의한 끝에 잔디광장 통과구간에 지하터널 방식으로 도로를 설치하기로 협의했다. 그러자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3월에 열린 주민설명회에 인근 주민들이 참석해, 지하차도 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하차도가 개설되면 주변 다른 차도와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기자간담회 자리나 공개토론회 장에도 찾아와 지하차도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로개설사업을 밀어붙이려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사라지고, 녹지공간을 지키자니 인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날 상황이다. 우회도로를 개설하려는 제주자치도나 도심 속 녹지 교육공간을 지키려는 제주도교육청이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도심 속 녹지공간은 도시의 부분멸한 확장과 난개발을 억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단지 환경적 측면에서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많은 이익을 불러온다. 시민들에게 레크레이션 공간을 제공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도록 기능하고, 방문자들을 주변으로 불러들여 상권의 유지와 성장에도 기여한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녹지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제주자치도가 50여 년 전 도시계획을 근거로 양질의 도심 녹지공간을 파괴하려 한다. 납득할 수 없는 행위다. 그 공간이 미래세대의 주역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것이니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선택은 우회도로 개설사업을 보류하는 방법밖에 없어 보인다. 우회도로 개설 말고 다른 대안이 있는지, 학생문화원을 다른 좋은 곳으로 이전할 방안은 없는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조그만 불편쯤은 감수해야한다고 설득하는 일도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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