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송 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밀감 향기 풍겨 오는 가고 싶은 내 고향

칠백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

동백꽃 송이처럼 예쁘게 핀 비바리들

꽃노래도 흥겨웁게 미역 따고 밀감을 따는

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석양빛에 돛단배가 그림 같은 내 고향

칠백리 바다 건너 서귀포를 아시나요

한라산 망아지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구비구비 폭포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그리운 내 고향 서귀포를 아시나요

어릴 적 TBC방송의 ‘쇼쇼쇼’란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꽤나 오랫도록 장수한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시절 ‘쇼쇼쇼’에 많이 나왔던, 지금은 작고한 조미미란 유명한 가수가 부른 ‘서귀포를 아시나요’란 노래의 가사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의 고향은 전남 영광이더군요. 조미미가 서귀포 출신이 아닌들 뭐, 그럼 어떻습니까? 퇴근길 한적한 마음에 서귀포거리의 워싱토니아가 바람에 낭창낭창한 모습을 보노라면 절로 나오는 콧노래인데요.

바람에 흔들리는 카아바이드 불빛 아래 과일가게에 놓인 밀감은 그야말로 황금빛 유혹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종이상자에 폼 나게 가지런히 들어있는 귤은 그 때 당시에는 나무궤짝에 담겨서 출하되곤 했는데 창고에 둬두면 긴 겨울밤 이불자락 밑에 발을 모으고 도란도란 시끌벅적한 수다에서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어주곤 했지요. 귤껍질인들 어디 그냥 버렸나요. 손이며 얼굴이며 목에 부비작대면서 어린 마음에 ‘예뻐져라, 예뻐져라. 백설공주처럼 예뻐져라’를 주문처럼 외우곤 했지요.

동백꽃 또한 제주에 이리 많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서 꽃 피는 동백섬 때문에 밀려나서 동백꽃하면 부산이라는 노랫말로 이미 머릿속이 점령당한 후라서 그런 거라고 나름 유추해 봅니다. 어쨌거나 검은 현무암 돌담 아래 무겁게 동백꽃을 주렁주렁 달고 담 삐죽이 반짝반짝 기름칠한 것 마냥 짙은 녹색의 잎사귀와 가지를 튼실하게 뻗대고 있는 겨울 풍경은 동네 골목골목마다에서 절로 탄성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어제도 퇴근길 자구리해변을 거쳐 서귀포항구로 또 새섬 거쳐 범섬까지, 예서는 또 송악산이 아스라이 보이는 중문 색달에 이르는 먼 바닷가의 해지는 노을을 보면서 ‘어쩜 이리 예쁠 수가!’하는 생각에 잠시 차를 세웠지요. 1100도로에서 제주를 향해서 한라산을 올라가다보면 서귀포자연휴양림 직전에 거린전망대가 있어요. 날씨 좋은 날 한 눈에 포옥 다 담기는 서귀포해안 일대를 바라다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개량한복 같은 흑백의 무명지 해녀복은 전신고무복으로 대처되고, 돛단배가 사라진 해안가에는 대신하여 알전구 그렁그렁한 배들이 수평선 가까이 점점이 흩뿌려져 거친 숨소리를 토해내는 지금, 그 시절이 아스라한데도 불구하고 노랫말이 훅하고 다가드는 이유는 유홍준님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1권 서문에 나오는 말로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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