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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인도 '양념 반 후라이드 반' 그게 가능해?

기사승인 2019.08.18  15: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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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의날 특집 3] 이질적 암석 섞여 형성된 서건도

섬의 서남부 응회암층. 서건도를 만든 절반은 화산재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보말을 잡는 사람들.(사진은 장태욱 기자)

태풍 뒤에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 며칠 지나면 밤과 새벽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게 뻔한데, 요 며칠 참기 힘들다. 이럴 때는 갑갑한 시내보다는 바람이 불어오는 바다가 좋다. 거기에 민물이 나고 나무그늘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떠올리며 서건도로 향했다.

예로부터 물이 풍부해 일강정(一江汀)이라고 했다. 일강정은 서건도 입구에서부터 이름값을 한다. 강정 조이통물이라는 연못에서 솟아오른 용천수는 주변 미나리밭을 지나 서건도 앞 바다로 시원하게 쏟아진다. 한여름 내리쬐는 태양은 냇물에 부딪쳐 주변에 흩어진다.

서건도는 하루 두 번 조간대가 길을 얼어주면 걸어 닿을 수 있다. 섬에 안전하게 닿기 위해서는 물이 빠지는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오후 간조시간(4시 16분)에 맞춰 섬을 찾았다.

섬은 서귀포시 강정동 산 1번지에 해당한다. 동서로 180m, 남북으로 230m이고, 정상부의 높이는 20,8m에 불과하다. 섬의 모양이 매우 불규칙한데, 면적은 1만3367㎡에 이른다.

여덟물 바다가 넉넉하게 열어준 조간대 위에서 주민과 관광객들이 보말을 잡느라 여념이 없다. 섬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해녀 석상 두 개가 세워져 있다. 사람 한 명 없는 무인도에 해녀상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섰다.

냇물이 서건도 앞 바다로 쏟아진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섬의 남쪽. 응회암과 현무암이 대조를 이룬다. 파도의 침식으로 절벽이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섬은 무인도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지 산책로가 잘 갖춰졌다. 산책로 한쪽에는 비를 가릴 수 있도록 덮개 시설도 갖췄다. 이 섬 구석구석에서 소나무와 우묵사스레피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누가 심었는지 산책로 주변에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 보인다. 사람만 없을 뿐이지 동네 공원에 온듯하다.

이 섬은 출생과 관련해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남겼다.

우선, 섬의 동쪽은 조면현무암이 분포하는데, 서쪽에는 응회암으로 이뤄졌다. 조그만 섬인데 마그마가 굳어진 바위가 반쪽을 이루고, 화산재가 쌓여 굳어진 암석이 나머지 반을 이루고 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과 같은 이 섬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섬의 서쪽을 구성하는 응회암은 일반적으로 수중화산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용암이 바다 속에서 분출하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데 그때 하늘로 쏟아진 화산재와 물, 일부 자갈, 모래가 함께 쌓여 굳어지면 응회암을 만든다. 사계리 용머리응회구나 고산 수월봉이 대표적이다. 섬의 서쪽이 만들어질 당시 이곳이 바다였다는 증거다.

그런데 섬의 동쪽은 현무암질 암석으로 구성됐다. 고기원 등이 지난 2013년에 발표한 논문 ‘제주도의 화산활동’에 따르면 지금의 강정동 지표 암석이 형성된 건 대략 48만5000년 전 부터다. 당시는 제주도 전 지역에서 활발하게 육상 화산활동이 시작된 시기다. 처음에는 조면현무암이 분출됐는데, 약 40만3000년 전에는 현무암질 조면안산암이 분출됐다. 서건도의 동쪽은 당시 육상 환경에서 분출한 마그마가 굳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할 있다.

서로 다른 조건에서 형성된 두 가지 이질적 암석으로 구성된 섬. 마치 고구마튀김과 군고구마를 하나의 식기에서 동시에 요리한 것과 유사한 일이 섬에서 일어났다.

섬의 남쪽에 현무암 바위가 차별침식을 받아 움풍 패였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응회암층에 남은 다양한 포트홀들.(사진은 장태욱 기자)

이에 대해 고기원 박사께 해석을 의뢰했는데, 아직까지는 답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기원 박사는 “몇 차례 서건도를 방문했는데, 현무암과 응회암이 서로 섞여있기도 하고, 현무암이 응회암을 관입한 흔적도 있다”라며 “이런 경우 비슷한 시기에 형성됐다고 볼 수 있는데 해석이 어렵다"고 말했다.

섬은 파도의 공격을 받아 심하게 훼손됐다. 태풍이 불면 방송차량이 법환포구에 몰리는 일이나, 인근 해군기지에 정박했던 해군함정들이 다른 항으로 피항을 떠나는 것만 보아도 이곳이 얼마나 파도에 취약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강정마을도 바다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형성됐다.

파도의 침식작용은 섬의 남쪽에 노치(notch;V자나 U자형으로 움푹 파인 자리)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 노치가 커지면 절벽 사면이 불안정해져서 조금씩 후퇴한다.

섬의 서쪽, 응회암에는 파식작용이 다양한 문양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포트홀(pothole)들이다. 바위의 빈틈에 들어간 자갈, 모래 등이 오랜 시간 파도에 의해 움직이고 소용돌이치면서 바위를 절구통 모양으로 깎아냈다. 돌이 너무 세게 요동을 쳤는지 절구통에 구멍을 낸 경우도 있다. 복분자 먹고 요강을 엎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절구통을 깨는 경우라니, 역시 이곳 파도의 위력이다. 썰물이 되어도 포트홀 안에는 해수가 남아있기 때문에 성게나 고동, 금부, 배말 등에는 더 없이 좋은 안식처다.

서건도에서 바라본 한라산.(사진은 장태욱 기자)
남쪽 서귀포 바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섬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북쪽으로는 서귀포월드컵경기장 하얀 지붕과 고군산, 한라산이 파란 하늘 아래서 여름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범섬과 문섬, 섶섬 등이 일렬로 늘어선 바다 경치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평화롭다. 그런데 서남쪽 해군기지, 이건 서건도가 목도한 가장 아픈 상처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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