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송주연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소장

자신에게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들어있지 않은지 늘 되돌아보아 한다.(사진은 pixabay)

공격성(aggression)이란 심리학과 사회 행동과학분야에서 ’같은 종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수치심을 느끼게 하거나 고통을 주거나 혹은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것'을 말하며 여기에는 신체적·물리적 상해뿐만이 아니라 언어적 상해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에 반하여 폭력(violence)이란 그 상처를 입히는 정도가 대단히 극심한 경우를 말하며, 특히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극심한 신체적 상해를 주려는 시도(deliberate attempt to do really serious physical harm)'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격행동과 폭력이 구별되는 또 하나의 기준은 윤리학에서 보는 가치(value)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즉, 공격행동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나, 폭력은 언제나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입니다.

공격성이란 모든 동물의 생존을 위하여 필요한 기제이며, 특히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른 모든 행동들처럼 공격성도 동물들이 살아남고 번식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능력이라고 설명될 수 있는데,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넓히거나 음식이나 물, 짝짓기 기회와 같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공격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퍼거슨(Ferguson)과 비버(Beaver)는 공격 행동을 ‘다른 우위에 있는 동물에 대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려는 행동’ 이라고 정의하는데 이를테면 생존을 위한 포식이나 방어 행동은 보통 ‘공격성’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공격성은 유독 사람에서 여러 형태로 일어나게 되는데 물리적, 정신적 그리고 언어적일 수 있으며, 흔히 독단이라고 불리는 말은 공격성과는 다릅니다. 공격성은 일견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며, 인간에게 있어서 공격행동은 주변 상황 등 여러 가지 외부적 요인보다는 개개인이 독특하게 가진 성격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공격행동이 일어나는 경우, 공격자가 속한 성격 유형, 그리고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인물과 평범한 정상인 사이의 성격 특성의 차이를 탐색함으로써 파악될 수 있습니다. 공격성의 표현 여부에는 개인이 가진 감정상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또, 개인이 가진 자신의 원리·원칙에 대한 감수성도 공격성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생활신조와 인생관에 투철한 사람일수록 타인에 대한 공격행동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꿔 이야기한다면 폭력경향이 있는 사람과 술의 섭취 간에는 연관성이 깊습니다. 폭력경향이 있는 사람이 술을 섭취하면 더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인간의 공격성향은 생물학적·생리적 근거보다는 사회적·문화적 규범 내지 관습과 보다 커다란 연관이 있으며,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가정폭력이 금지되거나 억제되는 사회 혹은 문화보다는 이러한 폭력이 묵인되거나 촉진되는 문화에서 더욱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인간의 공격성과 폭력성……. 다음의 시를 본다면 섬뜩하지 않은가요?

 

내가 다섯 해나 살다가 온/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 동물원,/철책과 철망 속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짐승과 새들이/ 길러지고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그 구경거리의 마지막 코스/ “가장 사나운 짐승”이라는/ 팻말이 붙은 한 우리 속에는/ 대문짝만한 큰 거울이 놓여 있어/ 들여다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찔끔 놀라게 하는데

오늘날 우리도 때마다/거울에다 얼굴도 마음도 비춰보면서/ 스스로가 사납고도 고약한 짐승이/ 되지나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구상 시인의 ‘가장 사나운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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