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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섬은 새똥, 붉은섬은 피똥 때문”

기사승인 2019.09.03  10: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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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의날 특집 4] 침식으로 흔적만 남은 이중화산체, 형제섬

형제섬.(사진은 장태욱 기자)
유람선 제주그린월드.(사진은 장태욱 기자)

8월 여름의 끝자락에서 무더위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 날, 뜨거운 햇살과 뭉게구름 아래서 바람이 산들거린다. 이런 날을 사무실을 벗어나 산이나 바다를 찾아서 떠나야 한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흥얼거리며 화순으로 차를 몰았다.

대자연은 180만년에 걸쳐 물과 불을 빚어 이 섬을 만들었는데, 제주섬 서부해안에는 깎고 다듬는 데 특별한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산방산에서 서쪽으로 송악산으로 향하는 도로는 주변 절경으로 인해 전국에서도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다. 그 절경은 길 위에서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봐도 일품이다. 화순금모래해수욕장과 산방산, 용머리,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먼 바다에서 파도 너머로 감상하는 건 신이 내린 눈 호강이다.

화순항에서 오후 2시 30분에 유람선 ‘제주그린월드’에 몸을 실었다. 멀리서 봤을 때 조그맣게 보였는데, 배의 정원이 무려 349명이다. 배는 정원을 다 채우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승객을 태우고 부두를 떠났다.

배가 화순항 방파제를 벗어나자 넘실거리는 파도와 바닷바람이 갑판에 부딪쳤다. 그리고 배는 용머리 주변을 경유해 형제섬으로 향했다. 배가 5분 남짓 물살을 가르더니 출렁거리는 파도 너머로 형제섬이 점점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이 배에 오른 결정적 이유도 바로 형제섬에 있다.

형세섬 본섬. 스코리아 마운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납작한 대지를 형성하고 있다. 북서쪽에 백사장이 보인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남쪽에서 바라본 섬.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옷섬 주상절리.(사진은 장태욱 기자)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형제섬 앞에서 용 두 마리가 서로 싸움을 했다. 그 싸움이 얼마나 격렬했는지, 가끔 마을에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서양에서 토네이도라 부르는 바다 소용돌이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용오름’라 했고 서귀포 사람들은 ‘도깽이’라고 불렀다. 용의 전설은 바닷물이 하늘위로 솟아오르는 용오름에서 유래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배가 근접하자 섬을 이루고 있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섬이 선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유람선의 안내자는 “섬 두개가 색깔이 다른데, 흰색 섬은 새똥 때문이고 붉은색 섬은 피똥 때문이다”라고 말해 갑판에 웃음이 터졌다.

형제섬은 본섬(사계리 산 44번지, 3만2763㎡)과 옷섬(산 45번지, 2436㎡), 주변에 있는 몇 개의 바위섬들로 이뤄졌다. 설문대할망은 한라산을 만들려고 치마폭에 흙과 돌을 담아 옮겼는데, 유독 서귀포 앞에서는 돌을 하나 둘씩 떨어뜨렸다. 그게 마라도와 마라도, 형제섬, 범섬, 문섬, 섶섬, 새섬, 지귀도 등이다. 형제섬에서는 유독 작은 돌들을 한꺼번에 여러 개 떨어뜨린 모양이다.

북쪽에 있는 본섬은 동서 260m, 남북으로 320m에 이른다. 본섬의 남쪽에 볼록 솟은 높이 28.6m의 스코리아 마운드(붉은 송이 언덕)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높이 5m 이내의 납작한 방석과 같은 구조다. 스코리아 마운드 안쪽 바닥에는 응회암의 흔적이 나타나기 때문에 형세섬도 송악산처럼 수성화산폭발에 의해 형성됐음을 암시한다.

동남부 일대와 해안 대부분은 호박돌(boulder)로 자갈마당이 형성됐다. 그리고 북서쪽 만입부에는 길이 50m, 폭 20m의 모래사장이 있는데 대부분이 조개나 고둥의 껍질이 부서져 형성된 것이다.

1만 년 이전에는 이 일대는 육지였다. 송악산 주변을 만든 화산활동이 얕은 물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일대 지층의 나이는 1만년보다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영관 경상대 교수는 송악산의 형성연대를 약 7000년 전인 것으로 추정했는데, 형제섬도 대략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아직까지 형제섬의 생성과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는데, 확실한 연대는 연구 이후에나 밝혀질 것이다.

흰색을 띠는 남쪽 섬을 주민들은 옷섬이라 부른다. ‘옷’은 제주말로 ‘올랭이’라 부르는 바다새를 의미한다. 새가 오가며 바다에 똥을 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회백색을 띤다.

옷섬은 조면현무암으로 구성됐는데, 파도에 오래 깎여 거의 수직을 이루고 있다. 용암이 식으면서 생긴 주상절리가 수직바위에 나타나고, 꼭대기에는 화산활동과정에서 형성된 스코리아가 남아있다. 형제섬 화산폭발 과정에서 용암을 분출하고 난 마지막 단계에서 가스가 폭발하며 화산쇄설물이 분화구 주변에 남은 것이다.

형제섬의 형성은 대략 수성화산활동에 따른 화산재와 수중기의 분출 → 이후 육성 환경이 조성되어 용암의 분출 → 용암이 빠져나가고 화구 내 가스가 분출되면서 송이 배출 등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리고 파도의 침식을 섬은 크게 깎이고 결국에는 두 개의 섬으로 분리된 후, 침식에 가까스로 견딘 곳은 얕은 봉우리로 남았고 깎인 곳은 남작한 대지를 형성하고 있다. 침식 과정에서 무너진 현무암 바위는 파도에 깎여 둥근 자갈을 형성하고, 주변에 서식하던 조개와 고둥의 껍질이 부서져 모래사장을 만들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이 지난 2002년에 발표한 ‘전국 무인도서 자연환경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북쪽 본섬 평탄지에 순비기와 갯금불초, 해녀콩, 선인장, 소엽맥문동, 병풀, 소리쟁이, 참억새, 산마늘, 돌가시나무, 개머루, 갯장구체 등을 포함해 66종류의 식물이 서식한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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