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확인]미생물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분뇨 분해하는 유기물처리제 시연회

제주도가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입인구가 늘어나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넘치고 있는데 딱히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감귤과 양돈 산업도 폐감귤과 양돈분뇨 처리 난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양돈 산업은 거기에 대해 악취 민원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본지는 제주도가 직면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미생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지난 4월에는 한 업체가 주도한 미생물을 이용해 폐감귤을 처리하는 시연회장을 찾아 그 성능을 보도했고, 사설로 미생물의 가능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최근 본지는 다수의 지인으로부터 음식물 쓰레기 등을 분해하는 유기물처리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업체는 앞서 본지가 보도한 업체와 유사한 원리를 활용하는데, 그 처리범위가 폐감귤은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분뇨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해당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자체개발한 미생물은 산소를 좋아하고 열에 강한 호기성호열성미생물인데, 유기물이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분해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80도씨 열에도 견디기 때문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도 죽지 않고 분해하는 장점이 있다. 업체는 해당 미생물을 적당량의 왕겨와 혼합해 유기물처리제를 만들어 시판하고 있다.

마침 지난 9월 19일부터 남원읍 소재 양계 농장에서 유기물처리제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시연회가 열렸다. 시연회는 10월 3일에야 마무리됐다. 시연회 도중에 제 17호 태풍 '타파(Tapah)'와 18호 태풍 '미탁(Mitag)'이 닥쳐 실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결과를 미리 설명하자면, 처리제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인데, 처리제를 직접 사용해본 음식점 대표와 축산업 종사자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다만, 처리제 공급업체가 주장했던 분해속도는 실험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업체의 설명

업체의 본사는 충남 부여에 소재하고 있다. 최근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 해당 미생물을 개발하고, 이 미생물을 왕겨와 혼합해 음식물 쓰레기나 축산 분뇨 등을 분해하는 처리제를 시판하고 있다.

해당 처리제는 유기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활동을 멈추고 상온을 유지하는데, 음식물이나 축산 분뇨, 가축 폐기물 등을 만나면 분해활동을 시작한다. 미생물이 분해활동을 시작하면 온도가 오르기 시작하는데, 최적으로 활성화되는 온도는 70도 안팎이다.

업체는 미생물이 산소를 좋아하고 열에 강할 뿐만 아니라, 유기물을 분해하면 그 분해산물을 기체로 방출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음식물 등을 분해하고 나서도 처리제의 원래 부피는 늘어나지 않는다. 처리 후에는 악취가 사라진다는 장점도 강조했다.

업체는 해당 처리제의 유효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 6개월 동안은 처리제를 반복 사용해도 부피가 늘어나거나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9월 13일 시연회가 처음 열렸다. 오른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물성 잔존물, 폐감귤,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시료.(사진은 장태욱 기자)

▲9월 19일 시연회 시작

19일 시연회가 열리는 날 현장을 찾았다. 서귀포시청 관계자와 축산업계 종사자, 음식점 운영자 등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여럿 현장을 찾았다. 이날 시연회가 제주에서 열리는 첫 번째 공식 행사였던 만큼 본사 대표와 임원, 연구진들도 참석했다.

간단한 회사 소개 후에 실험이 시작됐다. 업체는 처리제를 4개의 더미로 구분했다. 1더미에는 처리제 4백(약 1.2톤 정도)을 준비했다. 그리고 각각의 처리제 더미에 음식물 쓰레기, 동물성 잔존물, 축산 분뇨, 폐감귤 등을 넣어 분해속도와 온도, 처리 후 악취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날 실험에 사용된 동물성 잔존물은 양계장에서 배출되는 죽은 닭과 닭의 내장, 뼈 등 혼합물 1톤이다. 가축분뇨는 양돈장 분뇨를 사용하려 했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양돈 분뇨 배출이 불가능해 대신 양계장 분뇨 1톤을 처리했다. 음식물 쓰레기도 1톤을 부었다.

폐감귤 시료는 일반 감귤 800kg을 믹서기로 갈아서 사용했다. 통귤을 처리하면 분해속도를 확인하는데 유리했을 텐데 업체에서 제주 폐감귤 처리 실정을 잘 모르는 듯 했다.

업체 관계자는 현장설명에서 “유기물이 소멸되는 것은 2~3일 밖에 걸리지 않지만, 완전 부숙돼 냄새가 사라지기까지 유기물에 따라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높은 동물성 잔존물이나 축산폐수 등은 부숙 속도가 빠른 반면, 물 함량이 높고 산성을 띠는 폐감귤은 부속 속도가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는 굴삭기를 이용해 각각의 유기물과 유기물처리제를 골고루 혼합했다. 미생물이 유기물과 골고루 접촉해야 분해가 제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험을 시작할 당시 유기물처리제의 온도는 30도씨를 조금 밑돌았다.

9월 23일 중간점검이 진행됐고, 굴삭기를 이용해 시료를 한 번 뒤집었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산물은 대부문 기체로 배출된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9월 23일 중간 점검 및 교반

9월 19일 실험을 시작한 후 4일이 지나고 중간 점검에 나섰다. 4개의 실험군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는 상황 등을 점검하고 처리제와 실험 유기물을 다시 한 번 교반하기로 했다.

중간 점검 결과, 4개의 더미에서 유기물이 대부분 소멸됐다. 다만 아직도 부숙이 덜 된 상태라 축산분뇨와 동물성 잔존물, 음식물 쓰레기에 악취가 남아 있었다.

온도를 확인했는데 대체로 70도씨 내외로 확인됐다. 업체의 설명대로 해당 미생물의 최적 활성온도가 70도씨임을 감안하면 미생물은 활발하게 유기물을 분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업체에서 다시 한 번 교반하기 위해 4개의 실험군을 굴삭기로 뒤집었는데, 4군데에서 하얀 김이 연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유기물 분해산물이 수증기 등 기체로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부분 실험군에 수분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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