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준 화가 개인전 '흙놀이', 제주시 현인갤러리에서 25일까지 열려

정형준 화가와 '돌담과 한라산' (사진= 강문혁 기자)
'돌담과 문섬' (사진= 강문혁 기자)
'어머니와 8남매' (사진= 강문혁 기자)
좌측 부터 '어머니는 힘들어도 내가 보면 웃는다' 와 '우리 엄마 얼굴은 매일 흙투성이'

제주도, 한라산과 어우러지는 돌담, 서귀포 토평마을, 그리고 농사일하는 어머니의 삶 등을 흙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25일까지 제주시 현인 갤러리에 전시된다. 서귀포의 아들 정형준 화가가 18회 개인전 ‘흙놀이’시리즈를 펼치고 있다. 화가는 흙이라는 재료를 본질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소재로 유년시절의 기억을 재구성했다. 

그림은 언뜻 보면 흙바닥에 낙서 같고,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도 같은 인상으로 다가온다. 가까이서 작품에 시선을 고정하면, 알 듯 모를 듯한 그림들이 드러난다. 사람, 동물, 자동차, 비행기,집, 돌담, 파도, 구름 등 어릴 적 추억 속에 간직됐던 사물들이 희미한 실루엣들이다.

빼곡하고 복잡해보이는 그림이지만 흙색에 바탕을 둔 무채색의 색감이 화면전체를 이루며 통일감을 이룬다. 어린 시절 비온 뒤 마당에 그렸던 그림이 이러했을까?

정 화가의 작품의 재료는 흙이다.  반죽상태의 흙(점토)을 평평하게 편 다음 캔버스에 점착시키고, 칼로 이미지를 만든다. 그렇게 화면에 흙을 짓이겨 빈 올(실이나 줄 따위의 가닥)을 채우기도 하고 화면 위로 돋을 새김(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을 도드라지게 새김)된 무분별한 형상들이 어우러지게 한다. 그리고 단일색상계열로 화면을 채운다.

정 화가는 섬 제주에서의 모든 경험들이 작품을 형성시키는 바탕이 된다. 어린시절 어머니를 도와 함께 일했던 일을 '흙놀이'(엄마는 힘들어도 내가 보면 웃는다)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작품 속 아버지가 지은 돌담집에서 현무암 돌벽은 돌담으로, 다시 돌덩이가 된다. 이 돌담과 돌덩이는 '흙놀이-한라산과 돌담', '흙놀이-문섬과 돌담' 작품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와 8남매’ 작품은 귤밭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귤나무로, 어머니가 낳은 8남매를 8개의 귤로 형상화한 것이다. 어머니의 초상화를 은유적으로 제작했다.

정 화가의 작품들은 우리 주변에 흔한 그리고 예술 소재로는 생각하지도 못한 흙을 그림의 재료로 사용하였다. 정 화가는 흙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어다 보고 어머니, 아버지, 8남매, 고향 서귀포에 대한 사랑을 생명의 근원인 흙을 통해 표현했다.

귤나무가 흙에서 자라 흙으로 돌아가듯, 어머니도 흙에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갈 운명이다. 우리가 어머니의 몸을 빌려 세상에 났지만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작가가 흙을 그림의 재료로 사용함은 정 화가가 탄생과 죽음의 원초인 흙을 통해 인간의 근원을 들어다 보자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정형준 화가는 서귀포 토평 출신으로 토평초, 서귀중, 남주고를 다녔고 강남대, 홍익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전국미학대전 특선,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특선, 단원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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