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과 관련 위성곤 의원의 1주일 행보 복기, '결국 입장이 뭘까'

위성곤 의원이 지난달 30일, 통일문화한마당 행사장에서 축사를 전하며 제2공항에 대한 찬성입장을 밝히는 장면이다.(사진은 강문혁 기자)

위성곤 의원의 최근 행보가 흥미롭다.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행사장에서 한때 동료 의원이었던 이경용 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과 말싸움을 벌이더니, 단상에 올라서는 제2공항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강충룡 도의회 부의장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논란이 일자 보도자료를 배포해 내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해명에 나섰다.

위성곤 의원이 발등에 떨어진 불에 놀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지역 현안에 대처하는 모습은 어지럽기 짝이 없다. 그간 차분한 어조로 상대를 설득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위성곤 의원에게 최근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1월 26일 서귀포시경제포럼 불참

서귀포시상공회와 서귀포신문은 지난달 26일 서귀포시청에서 서귀포시경제포럼 행사를 개최했다. 두 기관은 애초에 양윤경 시장과 위성곤 국회의원, 문대림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이경용 위원장, 송형록 제주도상공회 중앙위원 등을 초청해 서귀포시 경제의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듣겠다는 행사다.

양윤경 시장과 위성곤 의원 측에서는 참석 의사를 밝혔고, 문대림 이사장은 사정상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대신 임춘봉 경영기획본부장을 내보낸다고 밝혔다.

토론의 주제는 ▲1차산업의 위기와 해결방안 ▲관광산업에 대한 진단과 해법 ▲제2공항에 대한 입장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입장 ▲서귀포의료원 활성화 방안 ▲서귀포관광미항 등 6가지로 압축됐다. 그리고 각 토론자들에게 주제와 시나리오 등을 전달하고 행사 리플릿과 현수막 등의 제작에 들어갔다.

그런데 토론회를 4일 앞둔 22일, 위성곤 의원 비서관으로부터 “의원께서 불참할 수도 있다”는 전갈이 왔다. 급하게 상임위 일정이 잡혔고,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당이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를 명했다는 해명이다. 그리고 국회 일정이 변경될 수 있으니 토론회 참석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약속했다.

그런데 토론 전날인 11월 25일, 서귀포신문 김성은 대표는 토론회 성사를 위해 오전부터 위성곤 의원과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는 밤중에야 겨우 성사됐는데, 답변은 국회일정 때문에 불참한다는 내용이었다.

토론이 애초 기획한 대로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에 주최한 측도 토론에 참석한 나머지 인사들도 모두 실망이 컸다. 이날 이경용 위원장은 토론을 준비하느라 전날 3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는데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국회 일정 때문에 토론회에 불참했다는 위성곤 의원은 다음날 아침 열린 대정읍신청사 개소식에 얼굴을 내밀었다. 우린 전날까지도 위성곤 의원이 산적한 국가 현안을 해결하느라 정말 바쁘게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

# 11월 30일 이경용 의원과의 말다툼

30일 서귀포 올림픽기념 국민체육관에서 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주최로 통일문화한마당이 열렸다. 10시에 예정된 개회식을 앞둔 상황에서 위성곤 의원이 행사장 입구에서 이경용 위원장과 마주쳤다. 그 자리에서 위성곤 의원은 이경용 의원과 심한 언쟁을 벌였다. 위성곤 의원이 이경용 위원장에서 “왜 토론회에서 내가 제2공항을 반대한다고 얘기했냐?”며 따져 물었고, 이경용 의원은 “내가 언제 그런 발언을 했냐?”며 위성곤 의원의 추궁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경용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토론회에서 제2공항과 관련해 위성곤 의원을 비판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 의원이 제2공항에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당시 이경용 위원장은 위성곤 의원이 제2공항 예정지가 발표될 당시 가장 먼저 환영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갈등국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언급하며 “이런 경우 ‘중립’이 정치인에게 유리하지만, 그럼에도 난 제2공항에 단호하게 찬성하는 입장임을 밝힌다”라고 말했다.

#강충룡 부의장을 치켜세운 이유가?

위성곤 의원을 통일한마당 개회식 축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제2공항에 대해 시종일관 찬성입장을 견지했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위성곤 의원의 발언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2015년 11월 11일, 저는 도의원 중에 처음으로 환영논평을 발표했고 그 입장을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는 말씀 드립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지역에는 공항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강충룡 부의장님께서 다니시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강충룡 부의장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육지서 온 반대 전문가들은 제주를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려 반대단체들의 원성을 듣는 것을 감안하면, 위성곤 의원의 발언은 상당한 작심이 없었다면 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여론의 십자포화와 해명

위성곤 의원의 발언은 지난 주말 언론을 통해 도민사회에 전해졌다. SNS에 위성곤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넘쳤다. 이에 위성곤 의원이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2공항 사업추진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위성곤 의원은 입장문에서 “제2공항은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하지만 도민들이 갈등하고 있어 이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는데 전후 맥락이 빠진 채 도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라며 “그 동안 공항시설 확충은 필요하지만 절차적 투명성을 비롯해 주민들이 제기하는 의혹과 문제 제기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위성곤 의원의 진심은 무엇인가? 아니, 진심이라는 게 있는 지도 궁금하다. 지난달 열린 토론회에서 진솔하게 입장을 전달했다면 피할 수 있어도 될 곤경을 치르고 있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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