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의 변화가 일상화된 세상이다. 새로운 것이라 인정받던 것들이 금새 낡은 것으로 치부된다.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고, 그 변화를 뒤쫓는 일조차도 버거울 지경이다.

큰 지각변동은 필자가 서 있는 변방에서도 쉽게 감지된다. 생업이라 여기며 종사하는 농업과 언론이 특히 그렇다.

90년대 말쯤에 감귤 과잉생산이 일상화됐다. 가격은 폭락했고, 저장고에 쌓아둔 귤을 거래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 가운데 비닐하우스을 이용해 부지화(상품명은 한라봉)를 재배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독특한 모양에 특이한 향, 게다가 새콤달콤한 맛까지 있어 소비자들은 한라봉에 열광했다. 한라봉이 농민들을 구제해줄 것만 같았다.

그 뒤에 일본에서 세또까(상품명 천헤향)라는 품종이 도입됐다. 한라봉에 비해 신맛이 덜하고 당도 비교적 높아 한라봉의 지위를 대신했다. 천혜향은 몇 해 동안 감귤산업의 정상에서 굴림했다.

그런데 2008년 무렵에 일본에서 감평(레드향)이 도입됐다. 레드향은 짙은 붉은색에 단맛이 강해 천혜향을 무력화시켰다. 레드향의 도입으로 한라봉과 천혜향의 현실은 암울하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레드향 또한 그 지위가 불안하기 마찬가지다. 농민들이 21세기에 얻은 경험이란 소비자들이 늘 떠날 준비를 하는 시장의 냉혹함이다.

언론계의 변화도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서재필이 1896년 <독립신문>을 발간한 후 종이신문의 전성시대가 지속됐다. 종이신문 시대에서 인터넷신문 시대가 열린 것은 지난 1999년 12월이다.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인터넷으로 기사를 공급한 게 최초의 사례인데, <오마이뉴스>의 성공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이후 팟캐스트가 유행을 하더니, 지금은 수많은 매체들이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뉴스영상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런 뉴스영상은 스마트폰을 통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타고 빠르게 유통된다. 인터넷신문은 이제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낡은 매체가 됐다.

한라봉과 인터넷뉴스가 태어나 각광받다 위기에 놓인 것이 세기말부터 현재까지 2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 벌어진 일이라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변화의 속도를 실감한다.

농민이 흘린 수고의 땀이나 기자가 수고롭게 자료를 모아 작성한 기사가 이전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을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변화와 적응은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 고민이 쌓인다.

최근 제주자치도가 위기에 처한 한라봉과 천혜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처방을 내놓았다. 출하 전 품질검사를 철저하게 하고, 3월 이후에 출하하는 농가에는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위기에 처한 농가를 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귀포신문도 올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독자들의 의견을 두루 수용하고, 영상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도모하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낡은 관행과 결별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혁신모델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농민에게 닥친 도전이 언론이 겪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서귀포신문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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