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월동무를 수확하는 장면(사진은 장태욱 기자)

호조세를 이어가던 월동무 가격이 중국산 세척무 수입으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산 무가 시장을 점유하면서 그동안 겨울철 효자종목으로 기대를 모으던 월동무의 위상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중국산 세척무는 지난해 11월~12월 두 달만에 86건 3046톤이나 수입됐다. 5개년(2014~2018년) 11~12월 평균 수입량(482t)의 6배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가을, 태풍이 제주를 연이어 강타하면서 제주지역 겨울무 생산량은 평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19년산 월동무 재배면적은 평년보다 14% 감소한 5094ha, 월동무 전체 생산량은 평년보다 21% 감소한 26만8000톤 내외로 추산된다.

생산량 감소 여파로 국산 무 20㎏ 한 상자가격이 평년의 2~3배 높은 2만 원선에서 고공행진하자, 수입업자들이 중국산 무를 앞 다퉈 수입했다. 중국산 세척무는 지난달 시장에서 20㎏ 한 상자에 1만6000~1만8000원으로, 국산 무보다 1만 원 정도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 그런데 수입 무는 제주산 월동무 시세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말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무 상품 20kg 한 상자 평균 가격은 2만6000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1월 17일에는 평균 1만9800원으로 떨어지며 2만 원 선이 무너졌다. 설 직전인 24일에는 1만6500원, 명절을 지난 29일에는 1만5200원을 기록했다. 국산 상품가격이 중국산과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되는 상황이다.

당초 농촌경제연구원은 12월과 1월 무의 도매가격은 출하량 감소로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산 무가 무더기로 수입되면서 예상은 빗나갔다. 농림축산검역당국이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농업인들은 1월에 통관된 무가 전달에 비해 훨씬 많을 것이라 우려한다.

올해 가격이 평년에 비해 높게 형성된 것은 그동안 가격하락에 따른 재배지 감소, 잦은 태풍으로 인한 작황 부진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그런데 몇 해만에 무 가격이 좋아 농민들이 잠시 기쁨에 잠긴 사이, 중국산 세척무가 우리 식탁을 점거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볼 점이 있다. 수입 무 대부분은 중국 산동성 지역에서 재배되는 가을무다. 올해 산동성 지역의 무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감소했고, 작황도 부진해 현지 가격이 과거에 비해 높았다는 분석이다.

수입무는 원산지 표기 등으로 김치공장의 수요가 크지 않아 그동안 치킨무 공장 등에서만 공급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제주산 월동무 가격이 높게 형성된 틈에 중국산 세척무가 우리 식탁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만일, 중국에서 작황이 좋았고, 국내 시장에서 이에 대한 선호도가 조금씩 개선된 상황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감귤가격 하락으로 낙심한 제주도 농가에 불안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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