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칼럼] 윤봉택 시인, 삼소굴 시자

어렵다고 한다.

삶이 어렵고, 생활이 어렵고, 하루하루 넘기는 것조차도 어렵다고 하신다. 이렇게 어렵다 하여도 마음만이라도 편안해야 하겠는데, 모든 게 어렵다 보니, 여유마저 사라졌다.

혹독한 겨울이 가고, 그나마 올해는 영등할망도 온 섬 구석구석 불편함을 아시는지, 따뜻함으로 올레마다 봄의 기운을 한껏 내리고 있는데, 여전히 제주는 춥고 설한풍 잘 날 없다.

국책사업이니까 도민 여론이 양분되더라도 해야만 된다는 논리는,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일까.

이제부터라도 많이 소통하고, 늦더라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 시류에 따라 어제와 오늘을 달리할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도민 정서와 정체성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오랜 삶과 합의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보존과 전승이라는 역경 속에서 정립된다. 하여 우리 어르신들은 가끔 정체 빠졌다.”라는 말씀으로 모든 일을 회통 하여 길을 열어 주셨다.

그런데 지금 도민 사회에는 어른이 없다. 이는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과도 같다. 질서가 무너지면 혼란이 가중된다. 위아래는 고사하더라도 모든 관계에 있어 신뢰 자체가 붕괴하고 만다. 어쩌다가 우리 도민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지, 하지만 돌이켜보면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닌가 한다.

이미 이러한 것에 대해 우리는 경험한 적이 있지 아니한가. 바로 제주도 행정 구역 개편 주민투표가 그것이었다. 제주도의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없애고 제주특별자치도의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개혁하는 혁신안에 대한 주민투표로, 2005727일에 실시되었다.

당시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반영된 게 아니라, 도민 전체의 통합 투표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그때는 다 아는 바와 같이 도청 소속 공직자는 하나 같이 통합 혁신안 찬성을 홍보하는 선거운동원이었다.

한데 20여 년 동안 이에 따라 지역주민들이 받은 것은 무엇이었나. 지금에 와서 우리는 다시 기초 지방자치 부활을 외치고 있지 아니한가.

일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1988년도까지만 하여도 제주섬에는 까치 한 마리도 없었다. 그런데 1989년 아시아나항공 제주 취항 1주년, 일간스포츠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며, 조류 전문 A 교수 등의 조언을 받아, 53마리를 관음사 주변 숲에 방사하였다.

까치는 쉽게 제주 환경에 적응하면서 천적이 없어지고 농작물 피해가 심각해지자, 2005년에는 수렵 동물로 고시되어 무제한 포획하도록 하였지만, 당시 언론방송에서 방사하여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의견을 피력한 A 교수는 지금도 말이 없다. 시설 없는 동물 방사도 제주도의 생태 환경을 이렇게 교란하는데, 하물며 몇천억 원을 투자하는 영구 시설물은 어떠하겠는가.

그리고 뭣이 그리 급한가. 지금 당장 아니하면 제주섬이 폭발이라도 한다는 것인가. 사실 개발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며, 우리의 권리 또한 아니다. 우리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통을 겪을 이는, 삶이 힘들어도 뿌리내린 이 땅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우직한 우리의 후손들뿐이다. 영구 시설물일수록 더 신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땅의 부모로서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삼소굴三笑窟은 고사 虎溪三笑에서 차용한 것으로, 세 사람이 상통하며 활짝 웃는다는 의미이다. 侍者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看經하며 명상하는 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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