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다스리는 탑 남긴다더니…골프장 한 쪽 구석에 방치

 

▲ 지난달 29일 <서귀포신문>이 찾아간 남영호 위령탑은 잡초가 무성한 뜰 사이에 외로이 서 있었다.

서귀포 바다의 비극을 상징하는 ‘남영호 위령탑’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남영호 위령탑을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없는데다, 세월 탓인지 유족들의 손길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1971년 7월 17일 제주신문에 게재된 위령탑 제막식 기사.
남영호 위령탑은 배 침몰로 인한 326명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남영호 조난 수습대책위가 1971년 3월 30일 서귀포항에 세운 것이다. 제주신문 1971년 7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승택 도지사는 위령탑 제막식에서 “슬픈 탑으로 남기지 말고 슬픔을 극복하고 지성으로 바다를 다스려 힘차게 전진하는 탑으로 남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래 서귀포항에 건립된 탑은 항만 확장으로 인해 현재 서귀포시 상효동 법성사 인근으로 1982년 9월에 옮겨졌다.

그 후 26년이 지난 9월 29일, <서귀포신문>은 남영호 위령탑을 다시 찾았다. 위령탑은 ‘웰니스우리들리조트’라는 골프장 한가운데를 지나야만 갈 수 있다. 길이 따로 나있거나 안내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에는 탑의 높이를 짐작키 힘들 정도로 풀이 우거졌다.  ‘남영호 조난자 공동묘지’라는 입구에는 대문이 녹이 슨 채 서있고 그 앞에 쓰러진 나무가 막아섰다.

 

▲ 흰 빛깔을 띠어야 할 위령탑은 비와 바람에 훼손돼 거무스름한 모습이었다.
흰 빛깔을 띠어야할 위령탑은 바람과 빗물로 훼손돼 거무스름한 모습이었다. 약 2000㎡ 정도의 부지에 골프공이 곳곳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무연분묘 14기를 포함한 무덤 17기, 비석 3기가 안치됐다. 이들 무덤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나무들 가운데 몇 그루는 죽고 주변에 잡목은 우거졌다. 사람들의 손길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석 역시 위령탑과 함께 비와 바람으로 훼손돼 얼룩투성이었다.

 

남영호 사건 유족들은 2003년까지 유족차원에서 위령제를 지냈지만 기금이 떨어져 관리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유족 대표 김동일(72)씨는 “남영호 사건이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사건임에도 해마다 유족들과 주민들의 관심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시가 운영하는 공동묘지에서 관리하도록 탑과 묘를 이전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울타리 역할을 하는 나무 몇 그루는 죽고 주변 잡목들이 우거진 것으로 보아 사람들 발길이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남영호 사건 : 1970년 12월 15일, 서귀포에서 부산으로 향하던 남영호가 침몰, 선원과 승객 326명이 희생되고 재산 피해액도 당시 기준으로 2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재난이었다. 사고는 선박 안전규정을 무시한 채 정원과 화물적재량을 초과하고 적재방법이 잘못돼 발생, 관리 허술로 인한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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